키누사이가 처음 시작하는 방법, 바느질 없이 패브릭 그림 만드는 법

얼마 전 공방 앞을 지나가다가 천 조각으로 만든 작은 풍경 액자를 봤는데, 가까이서 보니 바느질 자국이 하나도 없어서 꽤 신기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키누사이가였어요. 천을 꿰매는 대신 밑판에 홈을 파고, 그 홈 안으로 천 가장자리를 밀어 넣어 그림처럼 완성하는 일본식 공예입니다. 손바느질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시작하기 좋아서 요즘 취미 공예로 찾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키누사이가가 처음이라면 작은 도안부터 고르기
키누사이가는 멀리서 보면 패브릭 콜라주 같고, 가까이서 보면 조각조각 천이 퍼즐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보통 우드락, 스티로폼 보드, 전용 보드 같은 바탕에 밑그림을 그리고 선을 따라 얕은 홈을 냅니다. 그다음 도안보다 조금 크게 자른 천을 올리고, 송곳이나 헤라로 천 끝을 홈에 넣어 고정합니다.
처음부터 인물화나 복잡한 풍경을 고르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초보자는 10cm에서 20cm 정도의 작은 액자형 도안이 좋습니다. 꽃 한 송이, 고양이 얼굴, 후지산처럼 면이 큼직하게 나뉜 그림이 다루기 편합니다. 조각 수가 20개 안팎이면 하루나 이틀 안에 완성하기도 쉽고, 중간에 지치지 않습니다.
- 처음 추천 도안: 꽃, 과일, 간단한 풍경, 동물 실루엣
- 피하면 좋은 도안: 머리카락이 많은 인물, 잔가지가 많은 나무, 작은 무늬가 많은 배경
- 적당한 크기: 엽서 크기부터 A5 정도
준비물은 비싸게 갖출 필요가 없다
키누사이가는 전용 키트를 사면 가장 편하지만, 꼭 처음부터 장비를 많이 살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은 바탕 보드, 천, 도안, 커터, 헤라 또는 끝이 둥근 송곳, 풀 정도입니다. 전용 헤라가 없으면 손톱 정리용 우드 스틱이나 플라스틱 헤라도 꽤 쓸 만합니다. 다만 칼은 잘 드는 것을 쓰는 편이 좋습니다. 홈이 지저분하면 천이 밀려 올라오거나 선이 뭉개지기 쉽거든요.
천은 너무 두껍지 않은 면 원단이 무난합니다. 기모노 원단처럼 광택 있는 천을 쓰면 분위기가 확 살아나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미끄러워서 다루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에 남은 자투리 천을 활용해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키누사이가는 오래된 기모노 천을 다시 쓰는 방식에서 매력이 커진 공예라, 작은 조각을 버리지 않고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기본 준비물
- 바탕 보드: 우드락이나 전용 보드
- 천: 면 원단, 자투리 천, 광택 원단
- 도구: 커터, 가위, 헤라, 핀셋
- 보조 재료: 도안, 먹지, 연필, 약간의 풀
작업 순서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도안을 바탕 보드에 옮깁니다. 먹지를 대고 선을 따라 그리면 깔끔합니다. 그다음 커터로 선을 따라 2mm 정도 깊이의 홈을 냅니다. 여기서 너무 깊게 파면 보드가 벌어질 수 있고, 너무 얕으면 천이 빠집니다. 손에 힘을 세게 주기보다 같은 선을 두 번 지나간다는 느낌이 안정적입니다.
천은 도안 선보다 사방 3mm에서 5mm 정도 여유를 두고 자릅니다. 큰 면은 5mm, 작은 면은 3mm 정도가 편합니다. 천을 올린 뒤 가장자리를 홈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으면 됩니다. 이때 한쪽을 끝까지 넣고 반대쪽으로 가기보다, 위아래와 좌우를 조금씩 번갈아 넣어야 천이 덜 울어요. 모서리는 남는 천을 아주 작게 접어 넣으면 선이 깨끗해집니다.
풀은 반드시 많이 바를 필요가 없습니다. 홈이 잘 파여 있으면 천은 생각보다 단단히 고정됩니다. 다만 액자로 오래 걸어둘 작품이라면 모서리나 끝부분에 아주 소량만 쓰는 편이 좋습니다. 풀을 많이 바르면 천 표면에 얼룩이 올라오거나 보드가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초보자가 자주 막히는 부분
가장 흔한 문제는 천이 울거나 선 밖으로 삐져나오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천을 억지로 당기지 말고, 홈에 들어간 부분을 살짝 빼서 다시 넣는 게 낫습니다. 특히 곡선 구간은 천에 작은 가위집을 내면 훨씬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가위집은 완성선까지 자르면 티가 나니, 끝에서 1mm 정도 남겨두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색 조합입니다. 도안이 예뻐도 천 색이 비슷비슷하면 입체감이 덜합니다. 예를 들어 꽃잎을 모두 분홍으로만 채우기보다 연분홍, 진분홍, 살짝 노란빛이 도는 천을 섞으면 훨씬 풍성해 보입니다. 배경은 무늬가 강한 천보다 잔잔한 단색이나 작은 패턴이 안정적입니다. 주인공이 되는 부분에만 화려한 원단을 쓰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입니다.
- 천이 울 때: 반대쪽도 조금씩 넣어 균형 맞추기
- 곡선이 거칠 때: 가장자리에 짧은 가위집 넣기
- 색이 밋밋할 때: 같은 계열 안에서 밝기 차이 만들기
- 선이 두꺼워 보일 때: 천 여유분을 조금 줄이기
완성도를 올리는 작은 습관
키누사이가는 빠르게 끝내는 취미라기보다 천천히 맞춰가는 취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작업 전에 천을 도안 위에 미리 올려보는 시간이 꽤 중요합니다. 실제로 붙이기 전에 배색을 한 번 바꿔보면 작품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사진을 찍어두고 비교하면 눈으로 볼 때보다 차이가 잘 보입니다.
액자에 넣을 작품이라면 가장자리 처리도 신경 쓰면 좋습니다. 배경 천을 조금 넉넉하게 잡아 옆면까지 감싸면 완성품이 한층 깔끔합니다. 그리고 작은 먼지나 실밥은 마지막에 테이프를 손에 살짝 감아 톡톡 눌러 제거하면 됩니다. 솔직히 키누사이가는 재료값보다 손이 가는 시간이 더 큰 취미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같은 도안도 천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와서, 하나 만들고 나면 다음 조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조용히 손을 움직이면서 완성물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바쁜 날 끝에 하기에도 꽤 잘 맞는 공예라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