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읽는 방법

얼마 전 책 제목을 훑다가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앞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따뜻한 문장처럼 들렸지만, 이 책이 담은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김영서 작가가 친족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경험과 그 뒤의 시간을 직접 쓴 기록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읽는 편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제목의 밝은 느낌만 예상하지 않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는 힘든 하루를 달래는 짧은 위로 글 모음이 아닙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겪은 폭력과 집을 벗어난 뒤의 삶을 자신의 말로 들려줍니다. 그래서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지거나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 반응은 이 책을 잘못 읽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책을 고를 때는 뒤표지의 소개를 먼저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성폭력 경험을 다루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면, 지금 내게 읽을 여력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는다면 내용에 관해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할지 미리 정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도록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중요하니까요.
제목의 ‘반짝인다’를 모든 아픔이 아름다운 일이 된다는 말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폭력은 폭력이고, 그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습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고통의 크기를 견주는 일이 아니라 저자가 자기 경험을 말할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저자가 택한 말과 속도를 따라가기
이 책의 초판은 은수연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2020년 개정판에서는 저자가 김영서라는 본명을 밝히며 새 프롤로그를 더했습니다. 같은 책을 찾았는데 표지에 적힌 이름이 달라 헷갈렸다면 판본 차이 때문입니다. 책을 빌리거나 살 때 저자명과 출간 연도를 함께 확인하면 찾기 수월합니다.
이름의 변화는 독자가 쉽게 의미를 단정할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다른 이름으로 글을 발표했고, 시간이 흐른 뒤 본명을 드러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하기에 각자의 시기와 조건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침묵하다가 말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이전의 시간을 소극적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요.
읽을 때도 비슷한 태도가 도움이 됩니다. 한 번에 끝까지 읽어야 할 숙제처럼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몇 쪽에서 멈추고 쉬었다가 돌아와도 되고, 지금은 읽지 않기로 해도 됩니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책보다 현재의 안전과 마음 상태를 먼저 살피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읽은 뒤에는 어떤 말을 건넬까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의 용기를 말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일을 겪고도 대단하다”는 말만 남기면 저자가 들려준 삶이 고통과 극복이라는 두 장면으로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남은 대목이 있다면 왜 그 장면에서 멈췄는지,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하는 편이 더 구체적입니다.
주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꺼냈을 때도 책 속 이야기를 그대로 대입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원하는 도움이 다릅니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어?”처럼 행동을 따져 묻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상대가 말할 여지를 남기는 쪽이 낫습니다. 당장 모든 일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이라면 사건의 세부 내용을 캐묻는 대신 책을 읽으며 발견한 사회의 시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왜 생존자에게 빠른 회복을 기대하는지,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을 때 어떤 말을 조심해야 하는지 같은 주제입니다. 개인의 사연을 토론거리로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남겨둘 한 가지
무거운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인가 당장 달라져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 모두가 같은 감상을 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분노가 먼저 남을 수도 있고,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느낀 점을 멋진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오래 붙잡히는 생각 하나만 적어두어도 충분합니다.
저는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볼 때 ‘빛’이 상처를 지워준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공간이 생기고, 그 사람이 말할 시기와 방식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것. 그런 변화가 조금씩 쌓일 때 제목의 반짝임도 더 현실적인 말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